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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시간

얀 필립 젠트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소설 리뷰-사랑의 양면성

by 책 읽는 참새 2025. 3. 30.


사랑은 한없이 따뜻하고 위대하지만, 때로는 이기적이고 가혹하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The Art of Hearing Heartbeats)은 그런 사랑의 양면성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얀 필립 젠트커가 쓴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선택이 만들어낸 사랑과 상실, 그리고 그로 인해 남겨진 이들의 감정을 담고 있다.

틴 윈은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며 살아간다. 그는 미밍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의 사랑은 순수하고 헌신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운명은 틴 윈을 미밍에게서 떼어놓는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결국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가족을 떠난다. 그의 선택은 지고지순한 사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었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약하고 외롭게 만든다. 미밍은 가난했지만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고, 반면 줄리아의 엄마는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외로움 속에 남겨졌다. 결혼을 했다면 하나의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적 관념이다. 하지만 틴 윈은 사랑을 핑계로 가족을 버리는 선택을 했고, 그로 인해 줄리아의 엄마는 평생 외로움을 안고 살아야 했다.

특히 "풍요로운 이는 한없이 외롭게 했고, 한없이 가난한 이에겐 끝없는 사랑으로 행복하게 했다."라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역설적인 부분이다. 틴 윈이 앞을 볼 수 없었던 시절, 그는 더 깊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순수하고 계산 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의 선택은 사랑이란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상처를 남겼다.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사랑과 선택, 그리고 그 선택이 가져오는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한 사람을 구원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람을 철저히 외롭게 만들 수도 있음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틴 윈의 선택으로 인해 줄리아의 엄마는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남는다. 책을 덮으며 가장 마지막까지 떠오른 감정은 바로 측은함이었다.